소장자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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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호(朝鮮瓠)
조회수 1247 등록일 2020. 05. 24 첨부파일
해양유물이야기 MARINE RELIC STORY 조선호. 아래에 내용이 이어집니다.

만연한 가을하늘 아래 둥근박은 보름을 맞이한다. 둥근박이 품어주는 만추의 향기를 해양자료에서 찾아본다.

제목: 고마운 천연재료 '박'. 우리나라의 토종박은 박과에 속하는 둥근박과 박속에 속하는 조롱박으로 나뉘는데 음력 8월경 추수가 끝나고 첫 서리가 내릴 즈음 농가에서는 박을 이용하여 표주박, 뒤웅박 등의 그릇과 저장용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바다에서는 둥근박을 사용하여 태왁을 만드는데 이는 망사리와 같이 사용된다. 태왁은 해녀가 바다에서 일할 때 몸을 띄워주고 위치를 알리는 역할을 하며, 망사리는 그물주머니로 태왁에 매달아 해녀가 작업할 때 채취물을 보관한다. 태왁과 망사리는 해녀들의 만선과 무사귀환을 돕는 귀중한 도구이다. 이처럼 박은 우리의 밥상과 경제활동을 풍성하게 해주는 고마운 천연 재료이다. 우리 박물관에는 이 박으로 제작된 해양자료로서 나전원형반과 태왁·망사리가 있다.

제목: 나전원형반. 나전원형반은 박으로 제작된 그릇으로는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제작되어 있다. 박을 타서 그릇의 턱을 만들고 바닥은 얇은 나무판으로 접착한 후 흑칠을 올려 나전으로 문양을 새겨넣었다. (나전원형반을 위에서 촬영한 사진), (나전원형반을 옆에서 촬영한 사진) 박을 사용하여 그릇의 외형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고 있다. 반의 안쪽으로는 나전을 사용하여 초가집과 물동이를 머리에 이은 여인의 뒷모습이 감입되어있다. 마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를 보는듯한 서정적인 감성을 박의 곡선이 극대화해주고 있어 매우 정감이 가는 자료이다. 그릇의 턱 바깥쪽은 칠을 하지 않고 박의 색감과 질감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자료는 현태의 목공예 디자인에 접목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우 뛰어난 디자인이라 생각된다. (X-ray로 나전원형반을 촬영한 사진. 박을 사용한 외형을 확인할 수 있다.), (나전원형반 케이스 정면 사진. 한자로 조선호가 적힌 종이표가 부착되어 있다.)

태왁: 태왁은 잘 여문 박의 일부에 구멍을 낸 후 씨를 파내고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그 구멍을 다시 막아 부력을 만드는데 '태왁'이라는 말속에 '물에 뜬 바가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태왁은 크기에 따라 물에 뜨는 힘이 달라 각자 자기 몸에 알맞은 것을 사용하는데 보통 지름이 약 20cm 정도이다. 본 자료는 약 27cm이므로 체구가 조금 큰 해녀가 사용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태왁은 해녀의 오락문화에서 악기로도 사용되는데 제주 해녀놀이를 보면 태왁과 물허벅으로 장단을 치며 민요를 부른다. 만선의 무사귀환이 되면 절로 노래가 나올법한데 태왁이 가락을 만들면 그 흥은 더할 것이 없을 듯하다. 만물이 무르익어가는 가을, 둥근 박으로 제작된 유물의 이야기를 살피고 옛것에 대한 추억과 감상에 젖어 마음까지 풍성한 계절을 맞이해 본다. (태왁과 그물망을 매달아 놓고 촬영한 사진), (태왁과 그물망을 바닥에 놓고 촬영한 사진)

김진옥 / 국립해양박물관 유물관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