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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학반도도(月鶴蟠挑圖)
조회수 1944 등록일 2020. 07. 02 첨부파일
해양유물이야기 MARINE RELIC STORY 월학반도도. 아래에 내용이 이어집니다.

옛날 사람들은 십장생류의 길상화로 여섯 폭 병풍에 장생물인 바다, 달, 구름, 산, 바위, 학, 반도(복숭아나무), 영지, 대나무, 산호를 그려 무병장수를 간절히 소망하였다.

2017년 새해가 밝아오자 가장 많이 오고갔던 덕담은 건강히 한해를 보내라는 인사말이었다. 오늘날의 새해인사처럼 옛 사람들의 무병장수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그림으로 월학반도도가 있다. 십장생류의 길상화로 여섯 폭 병풍에 장생물인 바다와 달, 구름, 산, 바위, 학, 반도(복숭아 나무), 영지, 대나무, 산호를 화려한 채색화풍으로 그려놓았다. 해학반도도와 일월오봉도의 양식적 특징과 상징적 측면에서 친연성이 높은 화제로 주목된다. 차이가 있다면 해 그리고 해와 달이 천상에 표현되어지는 다른 작례들과 달리 월학반도도에는 유난히 청명한 보름달만이 단독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편 바다를 주된 공간으로 삼은 탓인지 산호를 장생물로 선택하여 구성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렇듯 장수를 염원하는 월학반도도는 신비로움마저 느껴질 정도로 오색찬란하게 그려져 있어 중국 진나라 때의 문인 도연명(365-427)의 도화원기의 서문을 연상케 한다. 인용 시작: 진나라 태원 연간, 무릉이란 곳에 고기잡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작은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홀연히 복숭아나무 숲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숲은 강의 양쪽 기슭 안쪽으로 수백 걸음에 걸쳐 이어져 있었고 잡목 하나 없었다. 향기로운 풀이 싱싱하고 아름다웠으며, 떨어지는 꽃잎이 어지러이 나부끼고 있었다. 인용 종료. 라는 글의 내용처럼 물고기를 잡기 위해 계곡을 따라 간 어부가 길을 잃고 헤매다 이르렀던 도화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환상적인 광경이 경물들과 함께 달빛 아래 펼쳐져 있다. 도화원을 거쳐야만 무릉도원에 갈 수 있다고 하더니 신선들이 산다는 선계 즉 낙원으로 가는 길목인 듯 화면은 평화롭고 고용한 아름다움으로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어느 곳에도 없는 이상향을 표현하기 위해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와 복숭아 숲이 있는 청록의 산기슭을 대칭으로 공간미를 살려 구성하였으며 청록과 하얀색, 붉은색을 사용하여 색채의 극명한 대비 효과를 통해 장식적 효과를 배가 시켰다. 그리고 시공간을 초월한 그림의 중심부엔 삼천 년에 한 번 열려 한 개만 먹어도 천수를 누린다는 천도나무 한그루를 배치하여 범인(凡人)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찰나의 순간을 영속적인 삶으로 인도하는 주요 매개물로서의 역할을 담당케 하고 있다.

천도는 장수 외에 귀신을 쫓는 벽사와 다산을 뜻하는 경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월학반도도에 여성을 상징하는 달과 함께 묘사되어 있어 흥미롭다. 천도의 꽃과 열매, 무성한 잎은 여성이 출가하여 자손을 많이 낳아 가정이 번창하기를 기원한다는 축혼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옛사람들에게나 혼인과 출산율이 극감하는 현시대의 우리 모두에게 임하는 소원이 담겨진 그림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경에 나오는 도요라는 시로 그림의 천도가 의미하는 소망을 다시금 되새겨보며 축원했던 그 어느 때와 같이 늘 좋은 마음이 되는 정유년이 되길 바란다. 인용 시작: 복숭아나무 무성하게 자라서 불타는 듯 화려하게 꽃이 피었네 딸이 시집을 가면 반드시 시집 식구에게 환영 받으리. 복숭아나무 무성하게 자라서 큼직한 열매가 잘도 열렸네 딸이 시집을 가면 반드시 아들 낳아 시집 식구에게 환영 받으리. 복숭아나무 무성하게 자라서 아름다운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네 딸이 시집을 가면 시집 사람들과 잘 어울려 가정이 빛나리. 인용 종료.

김희경/국립해양박물관 유물관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