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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어부, 풍어를 기원하다
조회수 1282 등록일 2020. 07. 30 첨부파일
해양유물이야기 MARINE RELIC STORY 도시어부, 풍어를 기원하다. 아래에 내용이 이어집니다.

풍어제는 어로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신에게 올리는 어촌마을의 공동제의입니다. 박승근 작가가 슬라이드 필름 속에 담아낸 풍어제는 매년 음력 3월 초에 하리의 선착장에서 하루 동안 굿을 벌이는 평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시어부, 풍어를 기원하다

2012년 가을로 접어들 무렵, 우리 박물관은 영도 "하리의 어부"를 주제로 다큐멘터리 사진촬영을 한 박승근 작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급속도로 변화해가는 도시 속 어촌마을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그 성과물인 슬라이드 필름 938장을 우리 박물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사진은 2003에서 2004년에 촬영된 것들로 햇수로 10여년 밖에 되지 않은 자료였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도시 어부들의 삶을 포착한 매우 중요한 기록이었습니다. 이에 해양역사문화를 보존하여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 우리 박물관은 박승근 작가로부터 소중한 기록을 기증받아 보관해 오고 있습니다.

동삼동 어촌 사진 슬라이드(박승근 기증) 변화하는 어촌마을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기록에는 어부가 조업하는 모습이나 해녀가 물질하는 모습, 선창에 펼쳐진 좌판 등과 같이 도시 어부들의 생생한 일상을 알 수 있는 사진과 더불어 마을의 가장 큰 공동체 행사인 풍어제를 지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36장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1. 조업나가는 어부사진
  • 2. 물질하는 해녀사진
  • 3. 선창에 펼쳐진 좌판 사진
  • 4. 동삼풍어제 사진 동삼동 어촌 사진

바다는 우리들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주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재앙을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촌의 신앙적 관심은 농촌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데, 이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풍어제입니다. 풍어제는 어로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신에게 올리는 어촌마을의 공동제의입니다. 박승근 작가가 슬라이드 필름 속에 담아낸 풍어제는 매년 음력 3월 초에 하리의 선착장에서 하루 동안 굿을 벌이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풍어제에서는 수많은 굿거리들이 연행되는데, 이 중에 어촌의 직접적인 생업과 관련되는 신, 즉 용왕신을 모시는 용왕굿이 있습니다. 용왕굿은 용왕신을 모시고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행해집니다. 용왕굿을 연행하는 무녀의 무가 중 "사해팔방의 용왕님네를 모신다. 육당의 자손은 성황님을 믿고 다니고, 만경창파에 다니는 자손은 용왕님을 믿고 다닌다."라는 내용은 용왕굿을 하는 이유를 분명히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만경창파는 만 이랑의 푸른 물결이라는 뜻으로 한없이 넓고 넓은 바다를 의미한다.) 용왕굿이 최고조에 다다르면 무녀는 용왕굿 명단에 적혀져 있는 이름을 차례차례로 부르고, 호명에 따라 굿당에 들어온 이가 제단에 예를 올리면 무녀는 소지 한장을 올려줍니다.(소지란 부정을 없애고 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하여 흰 종이를 태워 공중으로 올리는 일. 또는 그런 종이를 이르는 말이다.) 예를 올리고 제주의 안주인으로부터 용왕밥과 마른명태 한마리, 막걸리 1병을 건네받은 사람들은 선착장으로 나가 용왕님께 자신의 소망을 기원합니다. (용왕밥은 한지에 쌀을 조금 사서 마른 명태와 함께 용왕에게 헌식하기 위해 바다에 던지는 쌀이다. 쌀 대신 밥으로 용왕밥을 만들기도 한다.) 굿당에서 용왕굿을 연행하고 있는무녀 사진(2013년 제50회 동삼풍어제) 무녀가 용왕굿 명단에 적혀있는 이름을 차례대로 호명하고 있다. 용왕굿 명단 사진, 가로 1400cm 세로 38.5cm(동삼어촌계 기증) 동삼 어촌계가 주축이 되어 준비하는 동삼풍 어제는 제1962년에 시작되어 올해 제55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동 삼풍 어제는 어촌 계원들에게 있어서 안전한 조업과 풍어를 염원하는 제의이자 마을의 안녕을 위한 제의로 구성원들의 단합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풍어제 전승이 중단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요즘,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동 삼풍 어제는 특별한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 어부들의 소망을 기원하는 동삼풍 어제가 우리 박물관에서 영원히 보관되어 후세에 전승될 자료들과 함께 영원히 이어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김소형/국립해양박물관 유물관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