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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 - 물을 다스리는 용, 육지에서 풍년을 기원하다
조회수 1293 등록일 2020. 09. 01 첨부파일
해양유물이야기 MARINE RELIC STORY 농기(農旗). 아래에 내용이 이어집니다.

물을 다스리는 용, 육지에서 풍년을 기원하다

농기에 그려진 용, 잉어, 거북은 모두 물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용은 민간신앙에서 비를 가져오는 우사(雨師)이자 물을 관장하는 수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을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기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유물 「농기」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농기는 마을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기를 일컫는 말로, 지역에 다라 농상기·덕석기·대기·용당기·용기 ·서낭기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는 깃대,깃봉,기폭으로 구성된다. 그중 기폭은 깃대에 매다는 천으로, 기폭에는 주로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있는 글귀를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신농유업"이나 "용"이라고 쓰거나 신농씨나 용 등을 그렸다. 신농씨는 농사를 관장하는 농업의 신이며, 용은 수신·용신을 상징하며 논농사에 필요한 물을 관장하는 의미로서 항상 농사와 결부되었다. 이러한 뜻을 지닌 농기는 마을에서 농신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

박물관이 소장한 농기의 역사

박물관이 소장한 농기는 기폭만 남아있으며, 크기는 가로 약 3.7cm, 세로 약 2.5cm이다. 농기의 기폭은 무명 7장을 연결하여 만든 기면의 둘레에 청색 천(현재 변색되어 연보라색을 띠고 있으나 접혀 변색이 진행되지 않은 부분은 청색을 띠고 있어 제작 당시의 색상을 추정할 수 있다)을 두르고 삼각형의 천으로 지네발을 달았다. 기폭 좌측에는 기의 제작 내력을 나타내는 연조가 묵서로 적혀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한 광무 9년 을사 정월 15일 조성, 피암리, 시주 읍내 진선전 필기 좌상 최봉학, 공원 김한수, 화공 지사범" 이를 통하여 농기는 광무 9년(1905년)음력 1월 15일에 제작되어 전라북도 임실군 신평면 덕암리 피암마을(피암리는 청웅면의 청주 한씨들이 임진왜란 당시 피난을 온 곳이라 하여 피할 피와 어두울 암을 써서 피암마을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지명을 바꾼 이후로 가죽 피, 바위 암 피암으로 쓰여지고 있다)에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시주자는 읍내 사는 진필기이며, 두레의 총책임자이자 마을 전체의 우두머리인 좌상(座上)은 최봉학, 좌상을 도와서 지시사항을 두레꾼들에게 전달하고 두레 공동체 조직을 관리하는 공원(公員)은 김한수이다. 그린 이는 지사범이다.

한 해의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농기

농기 기폭 양면에는 용과 잉어, 거북이 그려져 있으며 그 주변에는 구름이 있다. 그림을 살펴보면 활발한 필치로 그려진 용은 발톱이 5개인 오죠룡으로 머리 앞쪽에는 기운이 뻗어져 나오는 붉은 여의주를 가지고 있다. 용의 발아래 쪽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잉어와 거북이 그려져 있다.(주강현,「농민의 상징인 두레의 농기」『농민의 자부심 농기』 농협중앙회 농업 박물관 63~64쪽, 2009) 농기에 그려진 용, 잉어, 거북은 모두 물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용은 민간신앙에서 비를 가져오는 우사이자 물을 관장하는 수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농사를 생업으로 삼아온 옛사람들에게 비는 한 해의 풍흉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이므로 비를 내려주는 용과 물과 관련된 잉어와 거북 등을 농기에 그려 한 해의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함께 기원했을 것이다.(김광언,「농기」위의 책 73~75쪽, 2009) 과거 마을마다 있었던 농기는 두레가 소멸되면서 함께 사라져 현재 적은 수의 농기만이 전해지고 있다.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피암리 농기는 7월 9일 개막한 기획전『용, 바다를 다스리는 몸짓』에서 만날 수 있다.

참고문헌 : 1. 국립민속박물관『한국민속신앙사전:마을신앙 편』2009 2. 김선태『한국 마을기의 존재양상과 사회문화적 의미』민속원 2016 3.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 『농민의 자부심 농기』2009

윤정은/국립해양박물관 유물관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