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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물개, 잠수사
조회수 1330 등록일 2020. 09. 01 첨부파일
해양유물이야기 MARINE RELIC STORY 인간 물개, 잠수사. 아래에 내용이 이어집니다.

물개는 헤엄치기에 적합한 방추형의 몸통과 물고기 지느러미와 같은 네 다리를 가지고 있어서 시속 25km 정도의 빠른 속도로 수영할 수 있다. 그래서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을 가르켜 물개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인간 물개, 잠수사

무술년, 황금 개의 날이 밝은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멀지 않은 곳에서 기해년이 손짓을 하고 있는 가을을 맞는다. 개는 특유의 충직함과 친근함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이다. 예로부터 인류와 더불어 살아온 개는 충성과 충복, 안내자, 수호자 등의 상징적 의미와 함께 비천함의 대표격으로도 비유되었으며, 오늘날에는 한 가족의 일원이기도 할 만큼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바다에도 이러한 개와 같이 친화력이 좋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 바다의 개라고도 불리는 '물개'가 그 주인공이다. 물개는 사람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동물 중 하나라고 하는데, 온라인을 통해 다이버와 장난을 치는 그들의 영상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다이버와 노니는 물개들의 몸짓은 꼬리를 치며 주인을 따르는 개와 닮았다. 물개는 헤엄치기에 적합한 방추형의 몸통과 물고기 지느러미와 같은 네 다리를 가지고 있어서 시속 25km 정도의 빠른 속도로 수영할 수 있다. 그래서 수영을 잘하는 사람을 가리켜 '물개'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영선수인 조오련 선수도 '아시아의 물개'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비단 바다에서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생물이 물개뿐만은 아닐 것이지만,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물개의 친근함은 자랑스러운 이의 별명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제아무리 수영을 잘한다 해도 인간의 몸으로 바다를 활개 치는 물개를 따라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다.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도구를 사용하느 사람, 호모 하빌리스의 후예들이기에 더 빨리, 더 깊이, 그리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 즉 잠수 장비들을 만들어냈다. 현대에 사용되고 있는 잠수 장비의 원형은 1830년대 아우구스투스 지베(Augustus Siebe)가 발표한 헬멧 잠수 장비를 원형으로 삼는다. 이후 1840년대에는 잠수부에게 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펌프의 발달로 수심 20m 정도까지 잠수가 가능해졌으며, 1860년대에는 호흡조절기(레귤레이터)가 고안되었고, 1907년에는 잠수병 예방을 위한 감압표 잠수할 때 수심에 따라 감압병이 걸리지 않는 최대허용시간이 기록되어 있는 표가 완성되었다. (!영국 잠수부 산소공급 펌프 사진 / 20세기 /57.2cm×56.0cm×105.5cm)

점차 발달된 잠수 장비들은 잠수 기술 도한 향상시켰다. 오늘날의 잠수 기술은 크게 헬멧식과 마스크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진 헬멧을 사용하는 헬멧식 잠수 기술은 수중에서 장시간 작업을 해야 하는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고, 장비가 단순하여 비교적 편리한 마스크식 잠수 기술은 해산물 채취나 선박 수리, 구난 현장 등 국내 대부분의 수중 현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우리박물관 소장자료 중에는 김도현님이 기증하신 잠수 장비들이 있다. 전 해난구조대(SSU)의 대원이자 SSU 전우회장을 역임한 김도현님은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자에게 부여하는 '명장' 칭호를 수여받은 잠수 기술자이시기도 하다. (!명장증서 사진 / 2004년 / 좌(훈장) 지름 7cm, 우(명장증서) 21.1cm×29.7cm)

김도현님이 기증한 자료 중에는 헬멧식 잠수 장비인 잠수용 헬멧과 잠수용 신발, 마스크식 잠수 장비인 마스크와 핀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장비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잠수용 헬멧: 정수리 부분에 산소를 공급하는 호수가 연결되어 있어 수중에서의 장시간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비로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머구리로 불린다.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헬멧은 잠수사의 머리를 보호하는 역할도 겸한다. - 잠수용 신발: 수중에서 잠수사의 발을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보온해주는 역할을 한다. 무거운 금속을 덧대어 만든 신발 바닥은 해저에서의 안정적인 보행을 돕는다. 위의 잠수용 헬멧과 이 잠수용 신발은 미해군에서 사용했던 장비이다. (!잠수용 헬멧 사진 / 김도현 기증 / 39.5cm×33cm×49cm) (!잠수용 신발 / 김도현 기증 / 길이 69.7cm, 높이 25.5cm)

-마스크(Mask) : 마스크는 눈과 물체 사이에 공기가 있는 공간을 형성하여 물속에서도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안경과 달리 코까지 덥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깊은 수심에서 잠수할 때 코로 공기를 배출하여 눈을 덮고 있는 공간의 압력을 수압과 일치 시켜주기 위함이다. 마스크는 렌즈 구성에 따라 크게 1안식과 2안식으로 구분하는데, 기증받은 자료는 모두 렌즈가 일체형으로 연결되어 있는 1안식에 해당한다.

-핀(Fin) : 수중에서 추진력을 향상시켜주는 지느러미 모양의 신발로 일명 오리발이라고도 부른다. 인간의 작은 발로 공급하는 추진력은 매우 약한 반면, 물속 저항력은 무거운 잠수 장비로 인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잠수사들은 추진력을 높여주는 핀을 착용한다. (!마스크 사진 / 김도현 기증 / 좌 17×19.5cm, 우 17×9.5cm) (!핀 사진 / 김도현 기증 / 좌 길이 56.6cm, 우 길이 69.7cm)

한편, 물속에서는 체온의 손실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잠수복을 착용하여 체온 손실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잠수복은 1970년대 초부터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고, 이로 인해 잠수사들은 전보다 더 오랜 시간 물속에서 머물 수 있게 되었다. 바다 속 암흑을 가르는 인간 물개, 잠수사는 넓고 넓은 바다를 누비는 자유인이다. 광활한 우리 바다를 누비던 자유인이었을 김도현님은 2017년 3월 어느 날 우리 곁을 떠나셨다. 지금은 다른 하늘 아래에 계실 그분이 그곳의 무한한 바다에서 더욱 자유롭게 유영하며 미소 짓고 계시길 염원한다. (!해녀의 잠수복 사진 / 홍경자 기증)

김소형/국립해양박물관 유물관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