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바다를 접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다양한 게요리를 즐겨왔다.
꽃게, 참게, 왕게, 농게, 대게, 홍게, 털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게만 해도 이렇듯 종류가 많으니 세계의 게들을
합치면 아마 게 만으로도 거대한 박물관을 차릴 수 있으리라. 이렇듯 게 종류가 많은 만큼 게를 재료로 한 요리들도
무궁무진하다. 특히 동양에서는 게에 관한 다양한 기록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어 각별한 게사랑(?)을 짐작케 한다.
시의 신선이라 불리는 이백은 「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는 시에서 술안주로 게를 먹는 즐거움을 이렇게 읊었다.
“게의 집게발은 하늘로 승천하는 신선의 약이요, 술 찌꺼기는 신선이 노니는 산이라.”
월하독작月下獨酌, 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인다는 의미이다. 게를 안주 삼아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그 흥취로
인해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은 느낌에 마침내 달빛을 타고 높은 누대에 올라 벌렁 드러누우니 세상에 걱정이 없어진다.
게와 술이 있어 가능한 소박하고 기분 좋은 상상이다.
또 3세기 중국 진나라의 필탁(畢卓)은 평소에
“오른손에 술잔을 잡고 왼손에 게발을 쥐고 술로 가득 채운 배를
헤엄칠 수 있다면 죽어도 좋으련만.”
이라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물에 배를 띄우고 그 배를 술로 가득 채워 한손에는 개 집게다리를 들고 배 속을
헤엄치며 먹고 마시겠다니
이보다 황당한 소원도 없고 이처럼 낭만적인 소원도 없을 것이다.
게 사랑은 우리 조상도 뒤지지 않는다.
고려시대 문인인 이규보는 「찐 게를 먹으며(食蒸蟹)」라는 시에서 “성순(고릴라의 입술로 만든 음식)
웅장(곰 발바닥으로 만든 음식)도 입맛을 새롭게 하지만 술과 함께 먹기에는 게가 더 맞음이라” 라며 8대 진미보다
더 나은 게맛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조선의 실학자 이익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에서 꽃게의 어원을
풀이했고, 『자산어보』, 『동의보감』, 『규합총서』 같은 옛 문헌에서도 게에 관한 생태, 활용, 요리법 등의 내용이
전해지고 있어 우리 민족이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두루 즐겼던 식재료였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김홍도, 「해탐노화도 (蟹貪蘆花圖)」 / 이미지 출처: 네이버 미술백과
게를 그린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은 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 반 고흐의 「두 마리의 게」이다.
초록색 배경에 두 마리의 게를 크게 그려 넣은 정물화로 한 마리는 엎어져 있고 한 마리는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있다.
병원에서 퇴원 후 다시 그림을 시작하기 위해 그렸다고 알려진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두터운 붓질로 질감을
더하여 마치 게의 바둥거림이 느껴질 듯 생생하고 게의 붉은 색과 대조되는 원색에 가까운 초록색 배경으로 인해
게의 싱싱함이 화면 밖까지 느껴진다. 이 그림을 통해 우리는 식재료로서의 게가 아닌 위대한 화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존재로서, 다양한 질감과 특유의 형태를 가진 오브젝트로서 게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반 고흐, 「두 마리의 게」 / 이미지 출처: 런던 내셔널 갤러리
이왕 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니 이번에는 게에 대한 시로 마무리 해보자.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작품이다. 간장게장이 되어가는 엄마 꽃게의 슬픈 운명을 그린 시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더 이상 게장을 먹을 수 없게 될 지도 모를 정도이니 가장 마음 아픈 한 구절만 소개한다.
- 안도현, 「스며드는 것」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