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칼럼 MARINE COLUMN 남도의 삶 영산포, 남도의 맛 홍어 윤종균(청주박물관 학예실장)

남도 답사를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나주 영산포이다. 영산포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 고려 말 서남해 지역에 왜구의 침입이 심해지자, 고려 정부는 섬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섬을 비우는 공도령空島令을 내린다. 이로 인해 흑산도 사람들은 뱃길을 따라 나주로 옮겨 와 살았다. 흑산도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영산홍이 피는 흑산도의 영산이라는 섬 이름을 따서 자신들의 마을 이름을 영산포라 하였다.

또한 고려의 조운제도에 따라 영산포에는 진이 설치되었고, 조선시대에 다시 조창제도가 부활하면서 세곡을 거두어 저장했다가 서울로 운송하는 국영창고인 영산창榮山倉이 지금의 영산포 택촌 마을에 설치되었다. 조운선이 진을 치고, 남도의 숱한 어선들이 모여들었던 영산포에는 홍어뿐만 아니라 흑산도·낙월도 등지에서 올라온 소금과 온갖 해산물이 철철이 산을 이뤘고, 이 '갯것'들은 '염장질'을 거쳐 광주 등 내륙의 대처로 팔려나갔다. 1914년에 호남선철도가 개통되면서 영산포역이 생겨난다. 영산포역 나주평야의 미곡을 목포를 통해 일본으로 가져가려는 일제의 의도가 담겨져 있기도 한다. 이로 인해 포구의 남쪽에 일본인 거주지가 생기고, 일본 소학교, 동양척식회사, 일본극장인 은좌, 동본원시 포교사, 영산포 일본인회 등이 들어선다. 영산포 선창은 1960년대까지 각종 선박이 왕래하면서 영산포 시장에서 많은 수산물들이 유통되었지만, 영산강 하구언이 설치되어 물길 끊어져 포구로서의 역할이 사라진다.

나주 영산포 이름의 유래

영산포는 영산강을 따라 넘나들던 해산물들의 집합 장소이다. 홍어와 젓갈을 비롯한 전라도의 삭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답사 여정의 맛보기이다. 서울 사람이 옷사치를 하고, 영남 사람이 집 사치로 화사하게 꾸밀 때, 전라도 사람은 음식 사치로 나그네에게 정을 주었다. 영남지역 사람이 식혜로 맛을 낼 때, 전라도 사람은 젓갈로 맛의 멋을 부렸다. 홍어는 전라도의 맛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영산강이 나은 명품 중의 명품이다. 홍어의 산지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은 『현산어보』에서 홍어洪魚의 형태와 생태 그리고 음식으로서 나주의 홍어에 대한 기호嗜好를 소개하고 있다.

"수놈의 생식기는 2개인데, 뼈로 이루어져 있으며 굽은 칼 모양이다. 그 아래쪽에는 고환이 달려 있다. 양 날개에는 갈고리 모양의 잔가시가 돋아 있어 교미할 때 암놈의 몸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암놈이 낚시 바늘을 물면 수놈이 달려들어 교미를 하다가 낚시를 들어 올릴 때 함께 끌려오는 경우가 있다. 암놈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놈은 색을 밝히다 죽는 셈이다. 지나치게 색을 밝히는 자에게 교훈이 될 만 하다. 홍어는 동지 후에 잡히기 시작하나 입춘 전후에 가장 살이 찌고 맛이 뛰어나다. 음력 2~4월이 되면 몸이 마르고 맛도 떨어진다. 회, 국, 구이, 포에 모두 적합하다. 나주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은 홍어를 썩혀서 먹는 것을 좋아하니 지방에 따라 음식을 먹는 기호가 다름을 알 수 있다. 가슴이나 배에 오랜 체증으로 인해 덩어리가 생긴 지병을 가진 사람들은 썩힌 홍어를 먹는다. 국을 만들어 배부르게 먹으면 몸 속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며, 술기운을 다스리는데도 효과가 있다. 뱀은 홍어를 꺼리는 습성이 있음으로 홍어의 비린 물을 뿌려두면 감히 인가 근처로 접근을 못한다. 또한 뱀에 물린 곳에 홍어 껍질을 붙여두면 좋은 효험이 있다."

  • 홍어와 꽃게 복원한 모형 사진
    홍어잡이배
    [홍어와 꽃게 장한종張漢宗(1768~1815)]
    기록을 근거로 축소 복원한 모형이다.
  • 어해도속의 홍어 그림
    홍어그림
    [조선 후기 | 종이에 채색 | 25.2x15.3cm |
    국립중앙박물관 ] 궁중화원으로 유명한 장한종의
    <어해도>8폭 가운데 홍어그림이다.

흑산 홍어는 뻘 밭에 살아 생긴 몸의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독특한 맛을 내며, 살이 단단하고 차지다. 홍어에는 요소와 암모니아 성분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어 독특한 맛이 난다. 이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자극적인 맛을 낸다. 자극적인 맛은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중화되는데, 이를 '홍탁'이라 부른다.

이 맛을 전남 고흥군이 낳은 시인 송수권은 '맵고 찌릿하고 그로테스크한 맛'이라 하고, 소설 홍어의 작가 김주영은 '콧등을 쏘는 내음과 곰삭은 고기 맛'이라고 표현하였다. 홍어는 다양하게 요리를 하여 먹지만, 전라도 홍어 요리의 별미는 홍어애 보리국이다. '날씨가 차면 홍어 생각, 따뜻하면 굴비 생각'이라는 말처럼 홍어는 가을과 겨울철 음식이다. 또한 홍어는 수놈은 크기가 작고 고기 맛도 떨어지며 가시가 억세다. 때문에 악덕 상인들은 암수를 구별하지 못하도록 생식기를 잘라버린다. 그래서 전라도에서는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고 한다.

어해도 속의 꽃게와 홍어 그림

글_청주박물관 학예실장 윤종균

홍어 아이콘

남도의 맛 홍어

홍어[ 紅魚 ]
가오리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몸은 마름모꼴이고
너비가 매우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