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칼럼 MARINE COLUMN 용, 나타나다 모든 생물은 도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용이라는 동물은 과연 생물도감에 실려 있을까? 용을 꿈꾸었다는 사람들ㅇ느 있어도, 용을 보고 꿈을 꾼 사람은 없다.
생물도감에 없는 용(龍)? 오른쪽 화살표 아이콘 책 아이콘

모든 생물은 도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만약 이것이 도감에 없다면 위키피디아나 구글을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용이라는 동물은 과연 생물도감에 실려 있을까? 용을 실제로 본 사람이 있는가? 용꿈을 꾸었다는 사람들은 있어도, 용을 보고 꿈을 꾼 사람은 없다. 옛 속담에 ‘안 본 용은 그려도 본 뱀은 못 그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용은 생물학적인 동물이 아닌 사람이 상상하여 만든 문화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중국 위나라 『광아』라는 책에서 용의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무려 아홉 생물의 가장 좋은 점만 따서 만든 것이 용이다. 용은 중국 신석기시대 때 출현하였다. 용의 형태는 수천 년 동안 바뀌고 바뀌어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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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용 오른쪽 화살표 아이콘 태극기 아이콘

우리나라에서 용의 등장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평양의 낙랑무덤인 석암리 9호분에서 발굴된 금제 띠고리
장식(국보 제89호)은 7마리의 용을 금구슬과 금실로 만들었다. 화려하고 정교한 기술이 백미인 유물이다.
부여의 해모수는 다섯 마리 용이 이끄는 수레를 타고 내려와 나라를 세웠다는 기록도 있다.
용은 삼국시대 때 본격적으로 사용되어 졌다. 고대 사회에서 용은 우물 속의 용[井龍]·연못 속의 용[池龍]·
바다의 용[海龍]이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힘차고 화려한 황룡과 청룡이 있다. 이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지켜주었다.

금제 띠고리 장식의 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제 띠고리 장식의 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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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바다를 그린 고려 거울 오른쪽 화살표 아이콘 거울 아이콘

고려시대의 청동거울 중 황비창천명 거울[煌丕昌天銘鏡]이 있다. 파도치는 바다에 한 척의 배와
그 뒤로 용이 그려져 있다. 파도를 의미하는 한자어 조(潮)와 조정(朝廷)의 조(朝)는 본래의 중국식 한자음이
‘ch’ao로 같다. 이런 까닭으로 파도는 조정을 상징한다.1)
관직에 나아가는 등용(登龍)을 상징하는 잉어 그림은 배의 앞쪽 끝에 있다. 잉어가 거센 물결 속에 그려졌고,
용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잉어가 중국 황하의 용문을 오르면 용이 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된다는 ‘魚變成龍(어변성룡)’의 모습이다. 잉어와 용 사이의 배 그림 또한 거친 파도를 뚫고 조정에 나아감을 뜻한다.

황비창천명 거울(국립대구박물관 소장)

황비창천명 거울(국립대구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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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몸짓, 용오름 [龍卷, spout] 오른쪽 화살표 아이콘 회오리 선 아이콘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내물이사금 때인 373년 여름 5월, 서울에 물고기가 섞인 비가 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 때는 제주에서 용이 하늘로 올라간 사실을 임금에게 보고하라는 기록이 있다.

"늙은이[古老]에게 물으니, 지나간 병진년 8월에 다섯 용이 바다 속에서 솟아 올라와 네 마리 용은
하늘로 올라갔는데, 구름과 안개[雲霧]가 자욱하여 그 머리는 보지 못하였고, 한 마리의 용은 해변에
떨어져 금물두(今勿頭)에서 농목악(弄木岳)까지 뭍으로 갔는데, 비바람[風雨]이 거세게 일더니 역시
하늘로 올라갔다 하옵고, 이것 외에는 전후에 용의 형체를 본 것이 있지 아니하였습니다."

-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88권, 세종 22년 1월 30일(1440년) 2)

정말 바다를 헤엄치던 용이 하늘로 올라갔을까. 실제 누구도 용을 본 적은 없어도, 용이 바다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동물임은 익히 알고 있다. 지금은 과학적으로 용오름이 서로 다른 방향에 부는 바람에 의해 생기는 기류현상임을
알지만, 조선시대에 이런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용오름 속의 상승속도는 100m/sec이다. 상승기류의 속도는 40~90m/sec이다. 용오름의 이동속도는
대개 40~70㎞/hr이다. 이렇게 빠른 속도를 지닌 용오름은 머리를 치켜들고 바다를 힘차게 박차고, 하늘로
비상하는 용의 모습을 떠올릴게 한다. 용오름과 달리 태풍은 형체가 없다. 비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용오름이라는 바다의 물기둥을 눈으로 본 옛 선조들은 용의 존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용은 비록 상상의 동물이지만 한국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존재이다. 불교와 도교의 영물이자 물과 비,
구름을 다스리는 치수(治水)의 능력을 가진 신성한 존재, 그리고 바다의 신으로 인격화 된 용왕(龍王) 등
민중들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온 용을 우리는 실제로 본 적도 없지만 언젠가 본 것 같은
친근함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에는 어떤 용을 만나 보았을까? 주위를 둘러보며
삶 속에 숨어 있는 용을 만나보길 바란다.

거제 지심도 용오름 현상(2015.9.유튜브 캡처)

거제 지심도 용오름 현상(2015.9.유튜브 캡처)

1) e-뮤지엄 중 국립대구박물관 황비창천명경 중에서 인용

2)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http://sillok.history.go.kr/id/kda_12201030_003

장용준 / 국립김해박물관 학예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