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칼럼 MARINE COLLECTION 우리의 소금, 먼길을 돌아 바다와 다시 만나다.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소금을 테마로 한 신안 증도 소금박물관 입구에 적힌 류시화 시인의 소금이라는 시다. 모든 생물이 생존하는데 꼭 필요한 소금 예로부터 귀해서 누구나 대접을 했다는 소금

그러나 지금은 너무 흔하고, 고혈압 발생의 주범으로 오인을 받고 있는 소금.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우리가 꼭 섭취해야하는 필수 무기질인 소금에 대해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다. 신안 증도의 소금박물관은 소금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있다.

소금받물관 외관 모습
소금박물관

소금의 소중함을 느끼는곳,
140만평 규모의 국내최대
염전인 태평염전에 자리하고
있는 소금박물관

신전 아이콘 오른쪽 화살표 아이콘

우리나라 전통의 소금은 자염이다. 자염은 갯벌에서 농축된 함수(짠물)를 장작불로 끓여서 만드는 소금이다.
1907년 대한제국이 일본인 기술자를 통해 대만식의 천일염전을 경기도 인천 주안에 전파한 후 효율성과 경제성의 문제로 사라지고 현재 자염은 충청 태안 지방에서 그 명맥만을 일부 유지하고 있다. 이후 우리나라 소금의 주인공은 천일염이 되었다. 일제 식민지 시대 우리나라의 천일염전은 대부분 황해도 지방과 그 북쪽에 있었고 해방 이후 38선이 남과 북을 갈라놓자 염전이 없는 남쪽은 소금이 부족했다. 그래서 한국 전쟁 이후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천일염전들이 만들어졌고 전남 신안 증도의 태평염전 역시 당시 북한 피난민 구제와 천일염 생산 증대라는 목적으로 1953년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그 명맥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천일염 생산은 오랫동안 광산업으로 취급받았고, 그 생산물인 천일염은 법적으로 식품이 아닌 광물로 취급되었다. 누구나 꼭 섭취해야 되는 필수 무기질인 소금을 식품이 아닌 광물로 취급을 했으니 당연히 관리가 되었을 리가 없고, 공장에서 바닷물의 나트륨을 분리해 생산하는 정제염만이 우리나라 식품산업과 같이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 전통 식품인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같은 발효식품과 깊은 관계에 있는 천일염이 법적으로는 먹을 거리가 아닌 아이러니한 상황이였다. 게다가 1990년대 후반에 체결된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에는 국내 천일염 산업의 미래 경쟁력이 없다 판단하여 국내 염전을 없애는 정책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먹거리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천일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2000년대 중반 우리 천일염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우수한 식품임을 알아본 학계와 업계 그리고 정계가 힘을 모아, 2008년 3월 28일 드디어 법적으로 식품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 날을 기념해 전라남도 신안군은 매년 3월 28일, 그 해 소금 생산의 시작을 알리는 첫 채염식을 갖는다.

천일염 염전의 모습

국내 천일염 식품화를 위한 연구 모델은 프랑스 게랑드의 천일염이었다. 대서양에 인접해 있는 게랑드는 바람과 햇살이 좋고 경치가 아주 아름다운 곳이다. 1960년대 게랑드 일대에 대규모 리조트와 관광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 세워졌으나, 생태를 파괴하는 개발을 거부하고 자발적인 환경 보호와 천일염 품질과 생산에 대한 연구에 지역민들이 힘을 모으면서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천일염을 생산하는 곳이자 유명한 생태 관광지가 되었다. 게랑드 지역에는 소금에 대한 박물관이 무려 3군데가 있는데, 이는 천일염 발전을 위해서는 역사와 함께 문화가 필수임을 일찍이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게랑드 소금이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이유를 소금박물관에서 만난 프랑스 염부에게 물으니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라면서, "가장 건강한 식품은 생물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도 천일염 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태평염전은 근대문화 유산 361호로 지정 받은 석조소금창고를 소금박물관으로 단장해 2007년 개관하였으며, 매년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우리나라 천일염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서해안 갯벌의 영양을 그대로 담아 미네랄 성분이 게랑드 천일염 못지않게 풍부하고, 생산량도 전세계 소금 생산량의 0.1%밖에 되지 않는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좋은 천일염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다와 생태 보존은 필수인데, 그래서 전라남도 신안군은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이다. 그 중 증도는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지정, 람사르 보호 습지 지정까지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우수한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

염전을 체험하는 관람객들과 소금 창고 사진

소금은 그 생산 형태에 따라서 천일염, 암염, 정(井)염 등으로 구분한다. 만드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근본은 모두 바다에서 온 것이다. 바다가 아닌 곳에서 소금을 구할 수 없다. 오랫동안 광업으로 취급받던 천일염 산업은 작년부터 해양수산부 소관으로 변경 되었고, 천일염은 올해 처음 수산물로 인정을 받았다. 바다에서 태어난 소금,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시간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 비로소 바다와 만나게 되었다.

태평염전 김양정 이사

우리나라 전통소금

소금 아이콘 오른쪽 화살표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