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칼럼 marine column '희망'을 '소원'하다. 죽음과 병, 질투와 증오 등 인간에게 해가 되는 온갖 것들이 쏟아져 나온 파도라의 상자 안에 유일하게 남아 있더 한 가지를 기억하는가. 바로 희망이다.

붉은 닭이 힘차게 홰를 치며 깨어나는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모두가 새해를 맞이한 초심에 힘입어 새로운 소원을 말하는 때이다. 매일같이 떠오르는 태양이건만 수많은 사람들 이 새해 아침에 해를 보기 위해 동쪽으로 동쪽으로 몰려드는 것은 비단 해돋이 자체를 보기 위함이라기보다 동녘을 붉게 물들이며 휘황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에게 마음에 품은 소원 하나 슬그머니 얹어 함께 빛나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소원, 소망, 희망, 꿈, 비슷한 단어들도 많은데 그 뜻을 살펴보면 단어 하나 하나가 모두 다른 쓰임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돋이 이미지

소원(所願)과 소망(所望)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의미하며, 희망은 앞일에 대한 어떤 기대를, 꿈은 실현될 가능성은 적지만 이루고 싶은 이상을 의미한다. 바라는 마음이 자리잡은 기간과 그 깊이의 차이,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이토 록 다양한 말들이 존재한다니 놀랍지 않은가. 철학에서 인간의 특징을 정의하는 말 중에 호모 에스페란스(Homo Esperans)라는 말이 있다. 희망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매 순간마다 무엇인가를 원하 고 바라니 과연 이보다 더 인간을 잘 나타내는 말도 없을 듯하다.

희망을 소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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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간의 소원들은 바다와도 관계가 깊다. 삼면을 바다로 두르고 있는 우리 민족의 바다와 관련된 의례가 보여 주는 다양한 해양신앙이 바로 그 발로일 것이다. 여러 신들 중에서도 바다를 관장하는 용신이 상위에 있는 것이나, 인간이 받을 액을 대신 받는 액막이 역할을 했던 명태 외에도 별신굿, 위도띠뱃놀이, 해수관음신앙 등 바다에 기원 을 올린 우리 민족의 의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신성의 상징으로 동서양을 막론 하고 고대부터 인류 신앙에 중요한 요소로 반영되어 왔고 그런 물이 거대하게 모인 바다야 말로 신앙의 정수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별신굿, 목어, 용태부인 무신도

1. 별신굿[ 別神─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2, 목어 3. 용태부인 무신도

안개가 낀 듯 어려운 사회 상황 속에서도 새해는 밝았다. 죽음과 병, 질투와 증오 등 인간에게 해가 되는 온갖 것들이 쏟아져 나온 판도라의 상자 안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한 가지를 기억하는가. 바로 희망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온갖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쇼생크의 탈출’이란 영화에 나오는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희망은 좋은 거에요. 아마 최고로 좋은 걸 거에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죠.”

그렇다.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탁 트인 바다가 한 눈에 내다보이는 이곳 국립해양박물관에서 바다의 정기를 듬뿍 받아 소원을 빌어 본다. 모두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국립해양박물관 전경 사진

국립해양박물관장 손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