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이, 춘삼이, 복순이, 태산이.
60년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조금은 촌스럽지만 정겨운 이 이름들은 2013년 제돌이 이후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의 이름이다.

이 돌고래들은 2009년 제주 바다에서 포획되어 공연업체에서 사육되면서 각종 공연을 하고 있었다. 2011년 해경의 기소 이후 법정 공방을 거쳐 과거 이들에 대한 포획과 거래가 불법으로 판결되었고, 결국 돌고래들은 뭍으로 끌려온 지 4년이 넘어서야 다시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제돌이와 그 친구들이 우리에게도 친숙한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뛰어 오르는 장면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더욱이 몇 년 동안 비좁은 수조에 갇혀있으며 죽은 생선만을 받아먹다 너른 바다로 나갔으니 얼마나 자유로웠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돌고래들의 심정을 느끼듯 깊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제주 바다에서 이들이 떼를 이뤄 헤엄치는 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 제주의 둘레길을 따라 가며 이들의 모습을 쫓기도 한다.

제주 돌고래들의 인상적인 자연복귀 이후 우리 사회도 해양동물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부는 제돌이와 같은 남방큰돌고래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하였다. 과거에는 수산업법 관련 고시에 따라 정부의 허가만 받으면 전시와 공연 목적의 고래 포획도 가능했다. 그러나 보호대상해양생물 지정 이후 연구 차원의 아주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사실상 고래 포획은 불가능해졌다. 또한 제돌이의 복귀가 논의되면서 관심을 갖게 된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해양동물 보호단체를 만들기도 했고, 기존에 개나 고양이 보호로 활동을 시작했던 동물단체들도 해양동물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제돌이를 비롯한 물범이나 바다거북과 같은 해양동물에 대한 보도가 크게 늘어났다. 사회적으로 커진 관심 속에 작년에는 국회에서 동물원과 수족관에 관한 관리를 강화하는 법률이 논의되기도 하였고,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영국과 같이 해양동물의 수족관 전시와 공연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2013년4월8일 가두리 운송 (출처: 서울동물원), 2014년 7월 18일 방류 후 바다로 떠나는 제돌이 (출처: 서울동물원) 사진

우리 제주바다에 남방큰돌래가 100여 마리 이상 살아 있고, 더욱이 수족관에 갇혀 있던 이들을 바다로 돌려놓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고민할 부분이 여럿 남아있다. 해양수산부는 다친 해양동물이 바닷가에 좌초하거나 그물에 걸린 경우 이들을 구조하고 치료하기 위해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을 지정했다.

전국적으로 7개소가 지정되어 있고, 공공기관인 국립해양박물관과 서울동물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민간의 아쿠아리움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간의 아쿠아리움에 근무하는 사육사들은 해양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해양동물의 생리와 생태를 잘 아는 전문가이다. 이들 사육사들의 경험과 헌신이 없다면 최근에 있었던 여러 건의 해양동물의 구조가 가능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 민간 사육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기업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해양동물의 구조와 치료가 본업이 될 수 없다. 미국에서는 1975년에 설립된 해양포유류센터가 구조와 치료, 방류는 물론 관련 연구와 교육도 수행하고 있다. 이 센터는 운영자금의 80% 이상을 기부를 통해 조달받는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과 같은 기부 문화가 발달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해양포유류센터와 같은 비영리 전문기관을 내실 있게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정부차원에서 해양동물 구조와 치료에 대한 전문 기관을 별도로 지정하거나 설립해 안정적이고 수준 높은 해양생물 보호관리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국립해양박물관 치료기관 지정 현판식 사진

제돌이와 친구들이 어렵게 제주 바다로 돌아갔지만 우리 바다에는 여전히 이들에게 위협적인 요소가 많다. 많은 해양동물이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다치거나 죽기도 한다. 그물에 잘못 걸려 물 위로 나오지 못하면 바다에 사는 이들이 역설적으로 물에 빠져 죽는다. 고래나 물범, 바다거북처럼 우리가 친숙한 바다동물이 대부분 폐로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그물에 걸린 해양동물이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장착하거나, 멀리서 음파신호를 쏴 해양동물이 그물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기도 한다. 1980년대 미국은 멕시코에서 쓰는 새우잡이 그물에 바다거북이 탈출할 수 있는 장치(TED, Turtle Excluder Device)가 없다는 이유로 멕시코 산 새우의 수입을 금지했던 적도 있다. 우리 바다에서도 그물에 희생되는 생물이 적지 않다. 장기적으로 어민과 동물의 공생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기술적인 장치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Loggerhead ted-noaa 바다거북탈출장치(TED:Turtle Excluder Deviced) 출처 :wikimedia 사진

해양동물이 어구에 걸리는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바다에서는 돌고래나 해양동물에 대한 불법적인 포획이나 음성적인 거래가 여전히 문제시 되고 있다. 고래연구센터가 어업활동 중에 잡혀(혼획이라 한다) 허가를 받고 유통되는 고래의 유전정보와 식당에서 파는 고래고기의 유전자 정보를 비교한 결과, 유통되는 고래 고기의 절반 이상이 확인 되지 않는, 즉 불법적인 경로를 거쳐 거래되는 고래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제돌이처럼 뭍에 있던 해양동물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도 중요한 일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바다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잡히고 희생되는 동물의 수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이미 2012년 태안해경이 검거한 사례에 따르면, 어민들이 물돼지라고 부르는 고래인 "상괭이"가 일부 업자들에 의해 2,500마리 이상이 불법적으로 고래고기로 유통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앞서 제돌이처럼 수족관에 있는 돌고래와 교감하고 이들의 복지에 관해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한편에서는 고래를 고기로 이용해온 우리의 식문화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래 고기에 대한 식문화가 변하지 않으면 이들에 대한 밀렵 가능성은 늘 잠복해있을 수밖에 없다.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할 시점이다.

바다로 간 제돌이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수족관에 있는 해양동물의 복지 문제에서 시작하여, 야생에서 다친 해양동물의 구조와 치료, 그리고 바다로 나간 해양동물과 어민의 공생, 그리고 해양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와 문화까지 진지하게 접근하고 풀어 가야한다. 큰 눈망울과 뛰어난 지능을 가진 돌고래에 대한 교감에서 시작된 해양동물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육근형 실장 / 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 해양환경기후연구실

돌고래 아이콘

제돌이와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