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물 이야기 MARINE LIFE STORY 바위틈의 은둔자 곰치

전 세계에 20여 종이 있는 곰치는 뱀장어목 곰치과에 속하며 스쿠버 다이버들이 발견하기가 가장 쉽고 드라마틱한 관찰 대상으로 꼽는 어류이다. 대개의 경우 몸길이가 약 60~100cm 정도인데 인도양과 태평양 열대 해역에서 발견되는 대왕곰치(Giant moray)는 최대 3m까지 자란다.
바다 속 산호초 사이나 바위틈을 보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 보이는 곰치를 만날 수 있다. 이빨에는 독샘이 있어 물리면 몹시 아픔을 느끼며 신경과 순환기관계통을 마비시킨다. 우리나라 중남부와 일본 중부이남 및 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피부는 두껍고 탄력이 있어 가죽으로도 이용되며 맛도 좋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곰치과 어류에는 곰치를 비롯하여 알락곰치·가지굴·백설곰치의 4종이 보고되었다.

곰치 아이콘

곰치 소개

평소 곰치들은 몸의 대부분을 똬리튼 채 숨기고 머리 부분만 밖으로 내밀고 있어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사냥 시에 먹잇감이 가까이 다가가면 똬리튼 몸에서 나오는 반동을 이용해 전후좌우로 다이내믹하게 움직인다.
그 현란한 몸짓은 결정타를 내지르기 앞서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잽을 날리는 권투선수를 닮았다.
곰치는 주로 작은 구멍이나 틈 사이에 살며, 먹이를 찾을 때만 밖으로 나온다. 먹이를 찾을 때는 시각보다 후각에 의존하는 편이다. 공격성에 대한 부분은 자세히 알려진 바 없으나, 대개 다른 동물들처럼 먼저 공격해 올 때만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산호수조 안을 보면 숨어있는 곰치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곰치의 경우 야행성으로 자주 관찰하기는 힘든 편이지만 배가 고플 경우에는 낮에도 머리를 내밀기 때문에 종종 볼 수가 있다.

수족관의 곰치 사진

활과 화살 아이콘

곰치의 사냥법

가늘고 긴 곰치의 몸은 꼬리가 얇고 넓으며 끝이 뾰족하다. 몸 전체는 비늘이 없는 두꺼운 가죽으로 덮여 있는데 마치 철갑을 두른 듯 강해 보인다. 머리는 비교적 작고 입은 크게 찢어져 있으며 강한 턱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이빨 들은 상당히 날카롭다. 박물관에 있는 곰치는 가슴지느러미·배지느러미가 없으며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꼬리지느러미와 연결되어 있다.
곰치는 쉴 새 없이 입을 벌린 채 물을 들이켜야 한다. 대개의 어류들이 아가미 뚜껑을 움직여 손쉽게 신선한 물을 아가미로 보낼 수 있지만 곰치의 아가미 구멍은 움직임이 없기에, 입 근육을 움직여 물을 아가미구멍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폐 아이콘

곰치의 생김새 및 호흡법

성질이 포악한 곰치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공격한다. 곰치의 입에 한번 물리면 벗어나기 어렵다. 턱 뿐 아니라 입천장에도 솟아 있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안으로 휘어진 채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입을 벌릴 때 흉측하게 보이는 턱과 입천장의 이빨은 먹이를 자르는 기능보다는 먹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걸려든 먹이는 안으로 휘어진 이빨의 구조에 의해 조금씩 목구멍 쪽으로 이동되며, 목구멍 쪽에 있는 예비 이빨 들이 먹이를 씹어서 넘긴다.

곰치는 몸의 대부분을 바위틈에 숨기고 있기에 밖으로 나온 머리 부분은 한 뼘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만만하게 생각하고 손을 내밀었다가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용수철처럼 똬리 튼 몸이 튀어 나와 날카로운 이빨로 쐐기 박듯 손을 물어 버리기 때문이다.
곰치의 공격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그리스 로마시대에는 곰치가 들어있는 큰 항아리에 죄인을 집어넣어 잔인하게 처벌했다고 전해지며, ‘DEEP’ 등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의 곰치는 날카로운 이빨로 다이버를 괴롭히는 무서운 바다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몇 년 전 말레이시아를 찾았을 때 손가락이 잘린 가이드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곰치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을 보여 주기 위해 소시지를 손에 들고 흔들다가 ‘쭈욱~’ 뻗어 나오는 곰치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개인에게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그 곳의 곰치는 한동안 인기 있는 볼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실제로 곰치를 키우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는 곰치가 공격성이 높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나 곰치의 겉모습을 보면 아주 난폭하고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생김새와는 달리 배가 고픈 경우 외에는 공격성이 별로 없고 오히려 다른 물고기보다 겁이 많은 편이고 아주 순한 물고기라고 느껴진다.

종이 메모 아이콘

공격적 성향과 과거 곰치에 대한 기록

이렇게 포악하고 공격적인 곰치이지만 공생 관계에 있는 바다 동물도 있다. 바로 청소 놀래기와 청소 새우류이다. 이들은 곰치 이빨 사이에 끼인 음식 찌꺼기와 곰치 몸의 각종 트러블을 해결해준다. 곰치도 이들의 필요성을 알기에 공격하지 않는다.
바다 속 동물 중 곰치와 가장 앙숙 지간은 문어이다. 곰치와 문어는 모두 바위틈이나 굴을 생활 터전으로 한다. 적당한 크기의 바위틈은 곰치와 문어 양쪽 다에게 좋은 보금자리이다 보니 이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흥분한 문어는 수백 개의 빨판이 붙은 여덟 개의 발을 가지고 곰치를 휘감아 조여 든다. 하지만 곰치의 강한 턱과 이빨을 당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보통 보금자리 싸움에서의 승자는 곰치가 된다.

국립해양박물관 수족관관리팀 양충은 주임

분자 아이콘

공생과 앙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