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칼럼 marine column 바다와 바람이 부른다. 돞은 바람을 품고, 선체는 부드럽게 파도를 타고 넘으며 항해할 때, 마침내 바다와 아니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요트 세계 일주는 적도를 2번 이상 넘고, 모든 경선을 같은 방향으로 통과하여 출발지와 같은 항구로 돌아오는, 지구의 적도 둘레인 21,600리(40,000km) 이상을 항해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기록을 인정받기 위해선 무기항, 무원조, 단독항해 등의 더 많은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항구나 육지에 정박해서는 안 되며, 기상정보를 제외한 여타의 물리적 도움 없이 모든 것을 홀로 해내야 한다. 심지어는 애완동물과의 동승도 허락되지 않는다. 항해장비가 고장 나면 혼자 힘으로 고쳐야 하고 집채만 한 파도가 덮쳐와 부상을 당해도 육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포기하고 싶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까지 가기엔 너무나 멀고 먼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많은 도전들 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도전이 요트 세계 일주라고도 한다. 때론 목숨을 걸고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체력뿐 아니라, 극한의 고독마저 친구 삼을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세일링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람과 파도이다. 두려워하면서도 끝없이 대화하며 그 흐름을 읽어야만 한다. 온몸의 감각을 열고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물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예민하게 읽어내야 한다. 돛은 바람을 품고, 선체는 부드럽게 파도를 타고 넘으며 항해할 때, 마침내 바다와, 아니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느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해방감은 현대인들이 쉬이 접하기 힘든 감정이라 한번 그 맛을 본 사람들을 계속해서 바다로 불러들인다. 바다는 그렇게 우리들에게 열정을 가지고 진취적으로 나아갈 것을, 설렘을 안고 끊임없이 도전할 것을 요구해온다. 그것이 진정한 바다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요트는 아직 소수 마니아층이나 상류층만이 즐긴다는 인식 속에 1회성 체험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요트뿐만이 아니다. 해양레저라는 말은 여전히 생소하고 부담스럽다. 다양한 특색을 지닌 삼면의 바다와 여가를 즐길만한 경제적 여유를 갖추고서도 바다를 만난 우리는 기껏해야 해수욕장에서 물장구를 치는 것으로 바다에서의 놀이를 끝내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놀 거리와 더 새로운 모험이 가득한 저 무한한 공간을 앞에 두고서 말이다.
국민소득과 레저스포츠의 변화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레저스포츠 전문가들은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가면 테니스 인구가 증가하고 1만 5천 달러에서는 골프, 2만 달러 수준에서는 승마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다고 보며, 보통 요트는 2만 5천 달러를 넘어서야 서서히 문화가 형성되고 3만 달러에 이르면 대중화 된다고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는 얼마만큼이나 준비되어 있을까. 요트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3대 요소인 이용자, 마리나, 요트보급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요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개선 되어야 하고, 요트를 계류하고 이용할 수 있는 마리나 시설을 확충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마리나를 중심으로 각종 요트대회를 개최하는 등 요트를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곧 여름이 온다. 벌써부터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이번 여름, 연안의 물놀이도 좋지만 바다엔 요트 세일링을 포함한 더 많은 체험거리가 산재해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길 바란다. 바다를 사랑하는 국민은 진취적이고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이 강하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바다가 주는 자유와 경이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