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해양인 I'M A MARINE MAN 내가 가진 것을 보물처럼 활용하는 프리다이빙 강사 백은경.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을 다 읊자니 공간이 부족하다. 동해번쩍 서해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고, 목청도 좋아 그녀의 수업을 듣고 있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나도 어디 나가면 인생 참 부지런히 살기로는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 사람! 이길 수 없다.
기본 3가지의 현업을 가지고 있고 너덧개의 부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마스터프리다이빙강사자격에 EFR 응급처치 트레이너, 바리스타, 구연동화1급, 요양보호사 2급, 사회복지사, 식품산업기사, 위생사, 한식 · 양식 · 중식 · 일식 · 복어 · 제과제빵 기능사, 한국어교사….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을 다 읊자니 공간이 부족하다. 동해번쩍 서해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고, 목청도 좋아 그녀의 수업을 듣고 있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하지만 이 모든 커리어를 관통하는 한 가지 목적이 있다고 한다. 뭘까.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백은경 강사가 수중 다이빙을 하는 모습

Q

메르진 독자분들께 선생님(그녀와는 프리다이빙 수업의 강사와 학생으로 만났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하니
저는 도저히 한마디로 정의를 못내리겠어요. 직접 소개 좀 해주시죠.

A 저는 현재 식품조리학 강사이자, 마스터프리다이빙강사이자, ERP 응급처치트레이너이자, 중 · 고등부진로체험 강사, 요즘은 이정도로 하고 있는 백은경이라고 합니다. MBTI 성격유형검사 아시죠? 저는 그 중에서 전형적인 ESTJ 유형이에요. 에너지가 넘치고 행동력이 강하며 효율적인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끊임없이 움직이죠. 하루에 거의 네시간 이상은 안자는 편이에요.

Q

어휴, 저로서는 엄두도 안나네요. 언제부터 이렇게 ‘빡센’ 스케줄을 소화하게 되신거에요? 천성인가요?

A 부모님이 워낙 저희 자매를 어릴 적부터 굉장히 독립적으로 강하게 키우셨어요. 천성이 부지런히 움직이는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제가 여자 치고는 체력도 좋고 강인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이라 장교시험도 보고 경찰시험도 봤었어요. 모두 양쪽 눈이 교정이 힘든 난시 때문에 최종 탈락하기는 했지만요.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생활을 하며 돈을 벌면서 부터는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체험과 경험에 많이 투자했어요. 해양스포츠를 즐기게 된 것도 그 일환이고요. 수영이나 스쿠버, 서핑도 즐겁게 배웠고 물에서 자주 놀다보니 사람 여럿 살렸죠. 하하하

Q

역시 선생님 다우세요. 장교나 경찰에 도전했다가 불합격 하셨다니, 현역 장교들과 경찰들 안심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그녀 밑에서 훈련 받았다간…). 저 사실 선생님 수업 들으며 벌벌 떨었던 순간이 여러번
있었거든요(웃음). 그럼 이런 과정 중에서 지치거나 침체되거나 또는 슬럼프가 오거나 하는 순간은 없나요?

A 제가 지치는 유일한 순간은 아무것도 안할 때에요. 3년 전에 크게 아팠던 때가 있었는데, 워낙에 희귀한 병이고 완치도 없는 병이어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어요. 약이랑 주사가 독해서 부작용이 심했는데도 빠지지 않고 강의를 나갔어요. 아무것도 안하게 되면 정말 죽을 것 같았거든요. 그냥 그렇게 일상 그대로 살면서 그 순간을 견뎌냈어요. 그리고 그 때를 계기로 프리다이빙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 병이 젖산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땀이 많이 나고 몸(근육)이 힘든 운동은 하면 안된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수영도 격한 운동이라고 금지시키던데요, 걷기도 20분이상 안된데요. 그래서 1년 운동을 전혀 못하고 있던차에 프리다이빙을 알게 된거예요. 맨몸으로 물에 들어가서 조용히 놀다올 수 있는 운동이라 저한테 아주 제격이었죠. 제가 한 번 시작하면 제대로 하기 때문에 프리다이빙강사 자격까지 딴거에요.

백은경 강사가 수영장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 백은경 강사가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Q

아, 프리다이빙은 그렇게 시작하게 되신거군요. 그럼 3년만에 강사자격까지 따신거니 정말 대단하세요.
전 그냥 물을 좋아하셔서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일환인 줄 알았는데 또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네요.

A 물을 좋아하는건 맞아요. 전 하수구물 빼곤 다 좋아하죠(웃음). 파도를 즐기는 서핑도 좋고, 물속 풍경을 오래도록 볼 수 있는 스킨스쿠버도 좋은데, 프리다이빙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아무런 도구도 없이 내 숨만 가지고 물속에 들어가면 비록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그 시간만큼은 정말 자유롭거든요. 보통 수심 10m 안에서 다양한 해양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어요. 물고기랑 부딪히거나 문어랑 눈이 마주칠 때는 짜릿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 속에 있을 때는 엄마 뱃속 같은 평화로움도 느끼고요. 물에서 나오며 혈관이 확장되는 느낌이 들 때 아,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이 수시로 들어요.

Q

직업도 많고, 자격증도 많고, 취미도 워낙 다양하시고. 하루가 모자라시겠어요. 어떻게 보면 수산교육을 전공하고
식품조리학을 강의하고, 프리다이빙을 가르치는 것들 사이에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이기도 해요. 이 모든 것들을
꿰뚫는 키워드 같은 것이 있나요?

A 그럼요. 공통점이 있죠. 모두 환원이 목적인 것들인걸요. 돈이 없어도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배우고 아는 것을 전달해주고 싶어서 시작한게 많아요. 제가 한번 배우면 열명 백명에게 제가 배운 것을 전달 할 수 있으니까 열심히 배우는 거에요.
중고등학교에서 진로체험강사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고요.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거창한 것 같기도 한데 정리하자면, 돈이 많든 적든 누구나 공평하게 배움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고 저는 제가 즐기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제가 가진 신념을 실천하는 거에요.

Q

제가 정말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네요. 저한테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선생님에게 보물은 뭔가요?

A 저에게 있어서 보물은 "삶" 그 자체에요. 살아 있다는게 보물이에요. 많이 아파보니 알겠더라고요. 살아 숨 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의 인생도 덤 같은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가르치고 더 많이 경험하고 즐기면서 살거에요.

삶 자체가 보물이라는 그녀의 말에 어제와 오늘의 내 하루를 나는 얼마나 열심히 살아내었는가 생각해 보았다.
내가 가진 보물을 나는 조금 헤프게 사용한 것도 같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녀에게 전해 받은 가득한 에너지가 여러분에게도 충분히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더 열심히 살겠다는 그녀의 하루가 얼마나 더 알차질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로부터 에너지를 전달 받을지 기대해 본다.

반영난 / 국립해양박물관 대외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