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유물이야기 MARINE RELIC STORY 전생속에서도 피어난 문화의 꽃. 1095년 한국전쟁 시 통신장비의 자재였던 삐삐선은 해방 후 공예재료로 널리 사용되었다. 단순히 제품을 재활용 (Recycling) 한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디자인과 기능을 더해 다시쓰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문화가 1950년대 화창하게 피어났었던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 시 군용 야전전화선(野戰電話線)의 별칭이었던 삐삐선, 전쟁 당시에는 함부로 손대면 처벌 받을까 감히 손을 못 댄 물건이었다. 그러나 해방 후 물자 부족상황에서 군인들이 버리고 간 삐삐선은 생활용품을 만들기 적합한 신소재로 급부상하였고, 엿장수 아저씨들이 엿 이나 돈으로 바꿔주는 인기품목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엿장수 아저씨란 오늘날의 재활용센터 소장님쯤 되시겠다.

전쟁 속에서도 피어난 문화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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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선 가방과 기름병, 삐삐선으로 만든 물품

삐삐선 가방과 기름병, 삐삐선으로 만든 물품(소장처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삐삐선은 그 당시 빨래줄, 바구니, 가방, 소쿠리 등 각종 생활도구로 제작되어 사용되었는데, 짜여진 모양을 보면 창의성과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많은 박물관에서 삐삐선으로 제작된 멱둥구미, 채반, 다래끼, 가방 등을 찾아
볼 수 있다. 「광복70주년 특별기획-권영재의 내고향 대구, '장가고'(매일신문 2015.05.28)'」의 글을 보면 이 삐삐선 가방은 '장가고'라고 불렀고, 한 번 사면 오래 쓸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장가고(場-かご)의 어원은 바구니라는 뜻의 일본어(かご)에 접두어를 붙여 장바구니라는 명칭으로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장가고의 대표 사진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삐삐선 가방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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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삐삐선은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의 일환인 어업도구로도 제작되어 사용되었다. 그 산물로 국립해양박물관에는 삐삐선으로 제작된 바구니와 갯지렁이 갈퀴 세트가 있다. 바구니는 매우 촘촘하게 짜여있어 갯지렁이가 빠져나갈 틈이 없고, 밑면은 넓고 입구는 좁은 형태이며, 854g의 무게로 매우 견고하고 안정감이 있다. 갯지렁이 채취를 위해 땅에 놓아도 바람에 쉽게 넘어지지 않을 것 같다.

삐삐선으로 만든 바구니

삐삐선으로 만든 바구니(소장처 : 국립해양박물관)

이 바구니는 경사經絲(세로실로 축을 이룸) 가로 10선, 세로 8선을 2겹씩 깔아 격자 짜기를 하여 바닥을 만든 후 위사緯絲(가로실)로 경사를 엮어 말아 올리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때 경사는 바구니의 높이를 결정하고, 위사는 바구니의 형태를 결정한다.
이러한 전통제작기술은 사용 재질과 품목에 따라 지승장紙繩匠, 채상장彩箱匠, 초고장草藁匠, 완초장莞草匠, 망건장網巾匠, 탕건장宕巾匠, 댕댕이장, 매듭장, 망수장 등 무형의 유산으로 현재도 그 기술이 널리 계승되고 있으며, 삐삐선 바구니는 근현대사 소품으로 현재까지도 창작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전쟁 속의 산물은 역사적으로는 슬픔이고, 누군가에게는 아픔이었지만 흐르는 문화는 그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꽃피우며 우리에게 이야기를 품고 찾아온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찾아오는 봄의 향기처럼...

국립해양박물관 유물관리팀 / 김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