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양인 I'M MARINE MAN 동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 항해사 홍문태. 내가가진 선원에 대한 이미지는 뽀뽀아처럼 근육이 울툴불툴하고 인상을 쓰고 있으며, 담배냄새와 바다 비린내가 섞인 거칠과 강한 사나이쯤 된다.

내가 가진 선원에 대한 이미지는 뽀빠이처럼 근육이 울퉁불퉁하고 인상을 쓰고 있으며, 담배냄새와 바다 비린내가 섞인 거칠고 강한 사나이쯤 된다. 하지만 이번 호 나도해양인의 인터뷰이로 만난 홍문태 항해사는 내가 가진 이미지의 정반대 편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선하고 순한 인상을 가진 그는 질문에 조곤조곤 대답하면서 좀체 감정의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어지간한 강골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시간에 관한 것이어서 외유내강의 전형적인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참치를 많이 먹어서 피부가 좋은 걸까’ 궁금했지만 질문이 점잖지 못하여 꾹 참고 그와 나눈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Q

원양어선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해서 이번 인터뷰에 모시게 되었어요. 어떤 분이신지 소개 좀 해주세요.
A 저보다 훨씬 더 경력이 오래되시고 자격 있으신 분들이 많을 텐데 제가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좀 쑥스럽네요. 저는 2011년부터 15년까지 원양어업선사에서 항해사로 근무했고 지금은 동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 무궁화 30호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문태라고 합니다.

Q

젊은 나이에 쉽지 않은 선택을 하신 것 같아요. 어떻게 원양어선에 승선할 생각을 하셨나요?
A 저는 부경대학에서 해양생산학을 전공하고 어선 3급 항해사 면허를 받아서 병역특례로 어선을 타게 되었어요. 원양어선이 힘드니까 상선을 타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그냥 원양어선을 선택했고 병역을 마치고도 조금 더 타다가 어업관리단으로 오게 된 거에요. 목돈을 모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지만 마음 같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제가 처음 탄 배는 참치선망어선이라고 참치를 그물로 싸서 잡는 그런 어법을 구사하는 선박이었는데 중서부 태평양의 키리바티, 마이크로네시아, 파푸아뉴기니 같은 작은 섬나라들이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에 임어료를 내고 참치를 잡았어요. 첫 출항으로 2년정도를 배에서 보냈어요.

Q

원양어선이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힘든 일이라 사람들이 기피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막연하게 힘들겠거니 싶기는 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A 원양어선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가 탄 참치선망어선은 육체노동을 함께 해야했어요. 처음 탄 배가 1,200톤이었는데 규모가 좀 있는 어선이었지만 승선인원은 선장을 포함해서 25명 정도였어요. 인원이 적기 때문에 항해사고 선원이고 관계없이 어로작업을 하고, 그물을 당기고, 생선을 나르고 만선을 하면 운반선에 고기를 하역도 해야 하고 이런 육체노동이 많았어요. 제가 3등 항해사로 배를 타서 2등 항해사로 내렸는데 모두 똑같이 항해사 일도 하면서 어창에 들어가고 갑판에서 그물을 당기고 하는 작업을 다 했었어요. 위험하기도 해요. 어창에 들어가서 생선을 하역하는데 참치가 꽝꽝 얼어 있으니까 던지는 참치에 맞을 수도 있고 로프가 끊어지거나 크레인이 잘못될 수도 있고요. 넘어지고 다치는 것이 일상다반사였어요.
어디서든 마찬가지겠지만 제일 힘든 것은 아마 사람과의 관계일 거예요. 한 번 출항하면 서른 명도 안 되는 인원이 같은 공간에서 이년 정도를 계속 같이 생활해야 하잖아요. 남자들끼리만 있는데다 일도 고되고 외롭기도 해서 괴팍해지기도 하고 거칠어지기도 해요. 그래서 기항지에서 다른 선사 사람들을 만나거나, 특히 아는 사람을 만나면 더 반갑고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그래요.
동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 항해사 홍문태

Q

어디든 쉬운 일은 없겠지만 말씀을 들어보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지간히 강하지 않으면 정말 힘든
일이겠어요. 이번호 주제가 만선이니 거기에 대한 이야기 좀 해주세요. 만선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기분이 어땠어요?
A 원양어선은 나가면 다 만선은 하죠. 만선을 할 때까지 고기를 찾아다니니까요. 다만 얼마나 짧은 시간 내에 만선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선장의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한 두 달 안에는 만선을 해서 하역을 하죠. 우리 같은 경우에는 월급이 아니고 고기를 잡은 어획고에 따라서 급여가 정해지거든요. 예를 들어 만선을 했을 당시의 평균 어가(漁價)를 기준으로 제 직급에 맞게 배분이 되는데, 15일 만에 만선을 하느냐 2달 만에 만선을 하느냐에 따라 급여가 많이 차이가 나게 되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만선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짧은 시간 내에 만선을 하는 것이 좋은 거죠.

Q

정말 오늘 처음 알게 되는 사실들이 많네요. 오늘 많은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항해사님에게 바다란 무엇인가요?
A 바다를 오랫동안 봐왔고 지금도 매일 보지만 저에게 바다란 그래도 또 보고 싶은 곳입니다.
바다만큼 저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곳도 없는 것 같아요.

그에게 원양어선에서 겪었던 이런저런 경험들을 들으며 나였으면 감당할 수 있었을까 싶은 이야기들도 많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는 그가 천상 바다사람이구나 싶었다. 비록 지금은 원양어선이 아닌 다른 배에 승선하고 있지만 바다 곁에 지내며 바다를 닮아버린 모습을 보며 내가 이번에도 ‘나도해양인’의 가장 적임자를 찾아냈구나 하며 혼자 흐믓해 하였다.

반영난 / 국립해양박물관 대외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