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人 MUSEUM INTERVIEW 박물관人터뷰 그들이 알고싶다! 박물관 안(in)에서 바다를 생각하고, 이야기 하는 박물관人, 지금 만나러갑니다.
모자, 안경, 수염으로 된 사람 형상의 아이콘 Q
안녕하세요. 학예연구실 학술연구팀 전경호라고 합니다. 학술연구팀은 명칭 그대로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학술연구 활동의 전반적인 사항을 담당하는 팀입니다. 국내외 학술대회 개최를 비롯하여 소장자료 연구와 서적 발간, 해양 관련 조사와 보고서 발간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데요. 이 가운데 저는 2017년부터 해양역사문화유산 조사를 담당하면서 우리나라 영해기점(직선기점) 23곳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서해 영해기점을, 올해에는 동·남해 영해기점을 조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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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령도
북격렬비도(제공 : 태안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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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학술연구팀에서는 “라페루즈 세계일주 항해기”, “충민공계초”, “쓰시마일기” 등 소장 자료 관련 서적을 주로 발간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부터 자체 조사 활동을 시작하여 “통신사 선단의 항로와 항해”, “서해 영해기점 도서”와 같은 서적을 발간하기 시작했죠.
올해에는 학술연구 분야를 넓히기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그 첫걸음으로 진해만 일대 등 해안가에 남아있는 유적 및 우리나라 어식문화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연구소 등과 협업하여 학술대회도 개최할 예정이에요. 국내학술대회는 이미 개최했고, 하반기에는 ‘고려 건국’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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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전공이 문화인류학인데요. 문화인류학의 기본적인 연구방법론은 현지조사와 참여관찰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전공과 가장 가까운 조사 업무가 저에게 배정되어 작년부터 해양역사문화유산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첫 조사로 영해기점 조사를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우리나라 영해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해본 적 있으신가요? 서·남해와 같이 섬이 많은 곳에서는 섬을 연결한 선에서부터 영해의 범위가 결정됩니다. 이것이 바로 영해기점이죠. 누구나 해양영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기점이 되는 곳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편이에요. 그래서 이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영해기점 도서에 대한 조사를 가장 먼저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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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해양역사문화유산 학술조사 기념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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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영해기점 도서는 가장 위쪽에서부터 소령도, 서격렬비도, 어청도, 직도, 상왕등도, 횡도, 고서, 홍도, 소국흘도, 소흑산도(가거도)가 있습니다. 이 섬들은 가고 싶다고 해도 편하게 갈 수 있는 섬들이 아니에요. 어청도, 홍도, 가거도와 같이 비교적 큰 섬은 매일 1~2회 가량 여객선이 운항되지만, 상왕등도와 같이 작은 섬은 일주일에 2회 정도만 여객선이 운항됩니다.
하지만 무인도 5곳은 여객선조차 운항되지 않기에, 그곳에 가려면 선박을 따로빌려야만 합니다. 게다가 이 섬들은 서해안에서도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까운 곳은 1시간, 먼 곳은 3시간 후에나 도착할 수 있어요. 그래서 배를 타기 전날 낯선 곳에서 향토 음식을 안주 삼아 지역 소주를 마시다 보면 어김없이 다음 날 뱃멀미로 고생하게 됩니다. 서해 영해기점 도서 조사를 진행하면서 과식은 다음 날의 멀미로 이어진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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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령도 - 왼쪽 끝이 우리나라 영해기점
서격렬비도-오른쪽 끝이 우리나라 영해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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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든 서해안을 가본 것은 아니지만, 광주에서 나고 자랐기에 아무래도 서해가 친숙하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바닷가에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저에게 서해나 동해는 비슷한 이미지로 떠오르기도 해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어선들이 떠 있는 곳. 땡볕에서 비린내 나는 생선 배를 가르고, 해산물을 양지바른 곳에 널고 있는 주름이 깊게 패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 바로 제가 떠올리는 바다입니다.
서해 영해기점 도서를 조사하면서 물질적인 풍어(豐漁) 대신 정신적인 풍요(豐饒)를 느낄 수 있었어요. 과거와 비해 지금의 서해는 풍요로운 어장은 아니에요. 그리고 지리적 한계로 인해 교통도 불편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먼 곳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이 분들은 ‘고생을 숙명으로 알고 산 덕분에 우리 영토가 더 넓어졌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분들이 있어서 서해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바다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앞으로는 그들의 기쁨이 기억되는 풍요로운 바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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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영해기준점
고서_기준점(좌)과 기점(우)
상왕등로 영해기점 표지석
상왕등로 영해기점 표지석
직도(소피도)
홍도 죽항 당산
서해의 누르스름한 빛은, 중국 황허·양쯔강에서 흘러오는 강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바다의 푸른색이 가려져서 아쉽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서해만의 독특함이 빛을 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에 포함된 모래가 쌓여서 ‘셰니어(Chenier)’라는 지형이 형성되었다고 하니까요. 놀랍게도 이 지형은 파도로부터 해안을 보호하는 천연방파제 역할을 한다고 해요. 그야말로 자연이 보호하는 천혜의 황금바다인 것이죠.
학예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해의 누런 색은 황금빛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처럼 그 황금빛이 앞으로의 풍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