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칼럼 MARINE COLUMN 봄 바람에 드러난 조간대의 속살 봄은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봄가람과 함께 시작된다. 겨우내 켜켜이 쌓인 묵은 때를 씻어내듯 조간대 갯바위로 나서보자. 따사롭고 싱그러운 바닷바람과, 파도가 들썩일 때마다 드러나는 바닷속 속살을 마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역설일까. 지난 겨울은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을 넘어 혹독한 북극 한파가 맹위를 떨친 해로 기록되었다. 북극해 얼음이 많이 녹으면서 북극에 머물러야 할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북극한파도 다가오는 봄을 막아서지는 못한다.

봄은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봄바람과 함께 시작된다. 겨우내 켜켜이 쌓인 묵은 때를 씻어내듯 조간대 갯바위로 나서보자. 따사롭고 싱그러운 바닷바람과 파도가 들썩일 때마다 드러나는 바닷속 속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만조 때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 바닷물 밖으로 드러나는 조간대에 사는 생명체들은 바닷물이 밀려오는 높낮이에 따라 사는 곳이 다르다. 제법 큼직한 갯바위를 마주하면, 물에 잠기는 높이에 따라 총알고둥류, 조무래기따개비, 해변말미잘, 군부, 거북손, 담치, 검은따개비, 해면류들이 이웃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움직일 수 없는 고착성생명체들이 들고 나는 물의 높이에 따라 삶의 터전을 잡는다면, 움직일 수 있는 갯강구나 집게들은 몸에 물기를 머금은 채 갯바위를 부지런히 오간다.
조간대를 둘러보다 보면 물이 빠질 때도 바닷물이 그대로 고여 있는 조수웅덩이를 만나기도 한다. 조수웅덩이는 흥미로운 관찰대상이다. 운이 좋다면 물이 빠질 때 미처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작은 어류를 발견할 수도 있다. 제법 규모가 있는 조수 웅덩이에는 아예 정착해버린 해변말미잘도 있다. 말미잘류가 다 그러하지만 해변말미잘 역시 상당히 민감하다. 평상시에는 먹이사냥을 위해 촉수를 뻗고 있다가도 작은 위협이라도 느껴지면 순식간에 촉수를 강장 속으로 거두어들인다. 촉수가 사라진 말미잘은 볼품이 없다. 단지 원통형의 몸통과 촉수가 쑥 들어가 버린 구멍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해변말미작, 집게, 갯강구 사진

1해변말미잘 조수웅덩이에 정착한 해변말미잘을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2집게 조간대에 자리잡은 집게들은 몸에 물기를 머금은 채 부지런히 갯바위를 오간다.

3갯강구 갯강구들이 조간대 갯바위를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이들은 혐오스러운 겉모습과 달리 오염물질을 먹어치워 조간대 갯바위를 청소해주는 역할을 한다.

조약돌 아이콘

조간대의 속살

관찰의 절정은 조간대 중부에서 하부에 걸쳐 살고 있는 검은큰따개비와 거북손에 있다.
따개비의 몸이삿갓모양이라면 거북손은 생김새가 거북이의 손을 닮았다. 이들은 일생을 한자리에 붙어서 살아간다. 대충대충 보면 이들의 삶이 무척 단조롭게 보일 수 있지만 한걸음 다가가 보면 퍽이나 부지런하고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은 공기 중에 노출되었을 때는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껍데기 입구를 꼭 닫은 채 버티다가, 몸이 물에 잠기는 순간 입구를 열어 넝쿨같이 생긴 여섯 쌍의 만각을 휘저어 물속에 있는 플랑크톤을 잡아낸다. 입구를 열고 닫고, 만각을 뻗어내서 휘젓는 일련의 동작들이 상당히 민첩하다.
만각을 휘젓는 방향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파도에 의해 물이 들어차는 방향으로 한번 휘저은 다음 만각을 180도 돌려 물이 빠져 나가는 방향을 향해 다시 휘젓는다. 따개비와 거북손은 겉모습만 보고 연체동물인 조개류로 생각하기 쉽지만, 만각에 마디가 있어 새우나 게와 같은 절지동물로 분류된다.

따개비, 따개비만각, 따개비와 거북손 사진

4따개비-1 갯바위에 자리잡은 따개비들이 부지런히 만각을 휘두르며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5따개비-2 바다속에서 올려다 본 따개비들이 모습이다. 봄 햇살을 가득 받는 모습에서 봄 바다의 활력을 느끼게 된다.

6따개비만각 따개비는 만각에 마디가 있어 절지동물로 분류된다.

7따개비와 거북손 따개비와 거북손이 물에 잠긴 조간대 갯바위에 어우러져 있다.

따개비, 거북손 아이콘

따개비와 거북손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따개비와 거북손은 어촌마을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존재였다.
가을걷이 후 봄보리가 날 때까지 굶주리던 ‘보릿고개’때 갯바위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한창이던 따개비와 거북손은 갯마을 사람들의 삶을 지켜온 버팀목이었다. 굶주리던 시절 먹던 음식들이 지금에는 향토음식이 되어 향수를 불러오듯이, 봄이 시작되는 어촌마을에서는 갯내음 물씬한 따개비국과 따개비밥이 특산물이 되어 봄나물과 함께 미각을 자극한다.
거북손은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는데 어촌마을에서는 예로부터 탱글탱글한 식감으로 밥 반찬은 몰론이고 삶아서 간식으로 널리 애용되어 왔다.

8,9. 거북손, 10.따개비밥, 11. 따개비죽 사진

8,9거북손 거북손은 예로부터 어촌마을에서 밥반찬 또는 간식용으로 애용되어왔다.

10,11따개비밥, 따개비죽 봄이 시작되는 어촌마을에서는 따개비 살을 발라내어 끓여낸 음식들이 미각을 자극한다.

그릇 아이콘

따개비와 거북손 먹거리

그런데 조간대는 생명체들이 살기에 혹독한 환경이다. 물에 잠길 때와 공기 중에 노출될 때라는 극단적으로 바뀌는환경과 맞닥뜨릴 뿐 아니라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도 견뎌내야 한다. 빗물이 고이면 민물이라는 환경에도 적응해야 하며, 한여름 땡볕에 바닷물이 말라붙고 나면 소금기로 범벅이 된 몸을 추슬러야만 한다.
봄 마중을 위해 바다로 나서보자.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 중 한 곳인 조간대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치열하고 부지런한 일상을 지켜보며 봄 바다가 전하는 삶의 활력을 담아 보는 것은 어떨까.

파도치는 조간대

12 조간대 봄만조 때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 바닷물 밖으로 드러나는 조간대에 사는 생명체들은 바닷물이 밀려오는 높낮이에 따라 사는 곳이 다르다.

국제신문 편집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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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대의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