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유물이야기 COLLECTION STORY 조선호 朝鮮瓠 만연한 가을하늘 아래 둥근박은 보름을 맞이한다. 둥근박이 품어주는 만추(晩秋)의 향기를 해양자려에서 찾아본다.
우리나라의 토종박은 박과(科)에 속하는 둥근박과 박속(屬)에 속하는 조롱박으로 나뉘는데 음력 8월경 추수가 끝나고 첫 서리가 내릴 즈음 농가에서는 박을 이용하여 표주박, 뒤웅박 등의 그릇과 저장용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바다에서는 둥근박을 사용하여 태왁을 만드는데 이는 망사리와 같이 사용된다. 태왁은 해녀가 바다에서 일할 때 몸을 띄워주고 위치를 알리는 역할을 하며, 망사리는 그물주머니로 태왁에 매달아 해녀가 작업할 때 채취물을 보관한다. 태왁과 망사리는 해녀들의 만선과 무사귀환을 돕는 귀중한 도구이다. 이처럼 박은 우리의 밥상과 경제활동을 풍성하게 해주는 고마운 천연 재료이다. 우리 박물관에는 이 박으로 제작된 해양자료로서 나전원형반과 태왁·망사리가 있다.
박 모양 아이콘
나전원형반은 박으로 제작된 그릇으로는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제작되어 있다. 박을 타서 그릇의 턱을 만들고 바닥은 얇은 나무판으로 접착한 후 흑칠(黑漆)을 올려 나전으로 문양을 새겨 넣었다.

박을 사용하여 그릇의 외형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고 있다. 반(盤)의 안쪽으로는 나전을 사용하여 초가집과 물동이를 머리에 이은 여인의 뒷모습이 감입(嵌入)되어 있다. 마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를 보는듯한 서정적인 감성을 박의 곡선이 극대화해주고 있어 매우 정감이 가는 자료이다. 그릇의 턱 바깥쪽은 칠을 하지 않고 박의 색감과 질감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자료는 현대의 목공예 디자인에 접목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우 뛰어난 디자인이라 생각된다.


그릇모양 아이콘
태왁은 잘 여문 박의 일부에 구멍을 낸 후 씨를 파내고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그 구멍을 다시 막아 부력을 만드는데 ‘태왁’이라는 말속에 ‘물에 뜬 바가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태왁은 크기에 따라 물에 뜨는 힘이 달라 각자 자기 몸에 알맞은 것을 사용하는데 보통 지름이 약 20cm 정도이다. 본 자료는 약 27cm이므로 체구가 조금 큰 해녀가 사용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태왁은 해녀의 오락문화에서 악기로도 사용되는데 제주 해녀놀이를 보면 태왁과 물허벅으로 장단을 치며 민요를 부른다. 만선의 무사귀환이 되면 절로 노래가 나올법한데 태왁이 가락을 만들면 그 흥은 더할 것이 없을 듯하다. 만물이 무르익어가는 가을, 둥근박으로 제작된 유물의 이야기를 살피고 옛것에 대한 추억과 감성에 젖어 마음까지 풍성한 계절을 맞이해 본다.

태왁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