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물 이야기 MARINE LIFE STORY 신비로운 해양포유류 혹등고래
2005년 7월 동물원에서 돌고래를 접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아주 어려서부터 해양생물을 좋아하긴 했지만,돌고래처럼 역동적이고 영리한 바다생물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돌고래와 고래의 가장 큰 차이는 체장4m를 기준으로 그보다 크면 고래, 작으면 돌고래로 나누는데, 돌고래로 시작된 해양포유류에 대한 관심은 점차 고래류· 기각류1) 등까지 확대되었다. 그렇게 해양포유류에 빠진 나는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애정을 이어오고 있다..
그 중에도 혹등고래에 특별한 관심이 생긴 계기가 있었다. 필자가 2014년 남극세종과학기지에 해양 연구원으로 체류 당시, 1년간 지냈던 숙소의 창밖을 바라보면 많은 수의 혹등고래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쉽사리 관찰할 수 있었다. 남극해상에서 측정연구 활동을 할 때면 작은 보트 바로 옆까지 고래가 접근하여 숨을 쉬는 모습은 경이 롭다 못해 두려웠다. 이런 경험을 통해 혹등고래에 대한 관심이 생겨 한국으로 귀국 후 혹등고래의 생태에 관한 공부를 하였고, 우리나라 주변에서 발견되는 고래들을 관찰하였다. 한반도 주변의 낮은 수온과 고래 개체수가 적은 이유 등으로 우리 바다에서는 수중에서 고래를 관찰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쉬웠다. 그러던 중 우연히 ‘통가’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다. 여름철 혹등고래가 번식과 육아의 터전으로 삼는 통가 주변 해역은 높은 수온과 많은 고래 개체수로 수중에서 고래를 관찰하기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우리 바다에서 혼획된 고래를 측정중인 필자
통가라는 이국땅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8월 4일 저녁, 부산을 출발하여 인천, 홍콩, 피지를 경유한 다음에야 통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순수 편도 비행시간만 19시간 이상 소요 되었고, 경유시간을 포함해 편도 34시간이 소요 되는 여정이었다. 통가에 도착해서는 혹등고래 관찰을 위해 매일 아침 7시에 출항하여 약 7시간정도 배에서 고래를 따라 이동하며 고래가 헤엄을 멈추고 잠시 쉬는 매순간을 이용해 수중 관찰을 진행하였다.
1) 기각류 : 바다표범, 물개 등의 해양 포유류
고래아이콘
고래를 비롯한 해양포유류와 어류의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호흡방법에 있다. 어류는 아가미를 통해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걸러 호흡하지만, 해양 포유류는 사람과 같이 폐를 이용하여 수면에서 공기를 직접 호흡 한다. 또한 알이 아닌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우는 항온동물이기도 하다. 수명 역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과 비슷하게 50년 정도 산다고 하니 고래는 사람과 참 많이 닮은 동물이다. 성체는 개체마다 차이가 크지만 일반적으로 30t의 체중과 약 18m의 체장으로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에 해당한다. 먹이는 소형어류, 플랑크톤, 크릴 등을 섭취하며 특이한 점은 북위와 남위 60도 이상의 먹이자원이 풍부한 극지방에서 3~4개월 정도 매우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한 후 나머지 기간 동안은 먹이를 먹지 않는 간헐적인 먹이섭취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지구상에는 현재 14개의 혹등고래 그룹이 관찰되며 그 중 2개의 그룹이 개체 수 감소의 위험단계에 처해 있다. 안타깝게도 위험에 처한 그룹은 포경활동을 하는 나라가 인접해 있어 사람의 포획이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고래는 포유류들의 잠수반응 특징인 MDR(Mammalian Diving Reflex)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 종에 해당한다.
통가에서 고래와 함께 사진을 촬영한 필자
MDR은 물속에서 발현되는 반응으로 서맥2), 모세혈관 수축 등을 통해 수중에서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역시 미약하게나마 MDR이 남아 있어 훈련을 통해 MDR을 강하게 유발하면 대기 중보다 몇 배 숨을 오래 참아 물속에서 머무를 수 있다. 고래는 일반적으로 30분 가까이 호흡을 참고 물속에서 잠수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필자가 관찰한 일반적인 고래들은 대게 5분~10분을 넘기지 않고 호흡을 했다. 어린 개체의 경우 대부분 5분을 넘기지 못했다. 통가에서 만난 고래들은 대부분 육아중이었는데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어미고래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낳았다. 아름다운 고래를 우리 곁에서 오래오래 볼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2) 서맥 : 일반적인 상태에서의 빠르기보다 느린 맥박
물결아이콘
2009년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이라는 영화를 통해 일본의 돌고래 불법 포획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덩달아 우리나라에서 행하던 돌고래 불법포획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대중들은 수족관과 동물원에 비판적인 시각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런 움직임의 결과, 제주에서 불법 포획된 돌고래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갔다. 또한 이를 계기로 해양수산부에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원칙과 소신 있는 해양 동물의 구조 및 치료 방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대중들 역시 언론의 보도와 환경단체의 호소에 공감하여 최초 돌고래 방류에 반대가 우세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뒤집고 제돌이의 방류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그 결과 제돌이를 시작으로 태산이, 복순이까지 총3마리의 돌고래가 제주바다로 돌아갔고, 현재는 기각류, 바다거북류를 포함해 수족관에 구조와 치료 목적으로 살고 있던 해양동물들이 바다로 돌아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필자의 시선은 두 가지 이다.
첫째로, 불법포획된 돌고래였던 제돌이는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동물복지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점에 동감한다. 세상에 어떤 수족관도 바다보다 넓고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에서 바다에서 살던 해양동물들이 바다로 돌아가는 것은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구조와 치료가 끝난 해양동물이 바다로 돌아갈 때 진정한 동물복지가 실현되는 것이다.
반면, 둘째로 동물원과 수족관의 근본적인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일부 환경단체 등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가 있다. 자연에서 점점 해양동물들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으니 개체 수 회복을 위해 반드시 사육중인 해양동물을 바다에 놔주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한번 더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이미 대부분의 해양동물들은 수족관내 개체 번식이 안정적이며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인공번식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만큼의 해양동물 번식이 가능하다면 동물원과 수족관은 종의 보전을 보장하는 노아의 방주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자연에서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는 해양동물들을 바다에 돌려보내는 것은 다시 말해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인공번식을 통해 많은 개체수를 확보하고, 많은 개체수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에서는 더 합리적이다. 수족관내에서 사육되는 각 개체의 복지는 감소하지만 그 종의 전체를 유지하는 것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성과 이성사이에 마음을 다잡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동물 각 개체의 복지실현이 우선인가, 종 전체의 번영을 위해 일부 개체의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가?”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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